가끔 8, 90년대 할리우드 영화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할리우드 키즈’라고 불릴 정도로 영화를 공부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까지 찾아보는 수준은 아니지만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영화가 곁에 있긴 했다.

미국에서 오랜만에 들어오신 고모의 강력 추천을 받아 어머니와 함께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본 <나 홀로 집에>, 토요일 밤에 ‘주말의 영화'를 보고 계시던 부모님 옆에 있다가 우연히 보게 된 <백야>, 14세 생일에 친구들과 함께 비디오로 빌려 본 <스피드>, 디카프리오 등장씬에서 관객들이 소리지르며 감탄하는 것을 보고 꽤 놀랐던 <로미오와 줄리엣>, 열대야가 한창이던 여름 방학 때 사촌동생들과 함께 본 <13일의 금요일>과 <오멘> 등. 이외에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나이대별로 추억의 한 켠을 장식해주었다.

<마지막 황제>는 개봉 당시(1988년)에는 너무 어려서 못봤지만 어느 정도 나의 감성이 어디에 반응하는지 대강 알게 된 나이에 처음 본 영화다. 나에게 대표적인 추억의 고전 영화를 꼽으라면 망설임없이 나오는 영화 증 하나이기도 하다. 그만큼 영화가 준 충격과 감정의 진폭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