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회화사를 전공했지만 일은 도자기, 공예와 관련된 것을 많이 했다. 도자기로 유명한 박물관, 공예 관련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다. 일하면서 항상 갸우뚱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실체를 알게 된 것은 얼마 전이었다. 그 의문을 종합해보면 ‘공예 관련 텍스트들은 왜 이렇게 간지러울까’였다. 처음에는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이상하다는 느낌만 있었다. 글을 읽을 때마다 머리에 남는 게 없어 내가 문해력이 부족한 줄 알았다.
결국 그 간지러움의 원인을 허황된 단어가 너무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미술사 연구논문과 전공서를 제외하고 공예 관련 에세이, 잡지글, 전시 소개글 등 하나같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단어들이 많았다. 표현하고자 하는 실체와 개념이 손에 확 잡혀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마치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대표적인 용례로 ‘단정함’, ‘겸손’, ‘태도’, ‘미학’, ‘쓸모’, ‘사유’, ‘베풂’, ‘오감’, ‘경험’, ‘경의’ 등을 들 수 있다. 모두 좋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추상적인 이 단어들이 한 데 모이니 글이 와닿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현대 공예 관련 전시나 행사들을 들여다보면 공예인들 사이에서 일본식 선종 미감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간은 미니멀해야 하며, 우아하게 살짝 하나만 떨구어 놓은 듯한 DP를 선호하고, 장식적으로 보이거나 텍스트가 많은 것을 멀리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무릎을 꿇은 채 차를 우려서 울퉁불퉁한 분청사기잔에 따르고 소중하게 두 손으로 들고 마시기 좋은 공간이 요즘 공예계의 트렌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