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미술을 공부할 때 가장 품이 많이 드는 것은 당시 사상과의 연계성이다. 아무래도 철학 전공이 아니기에 사상, 철학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미술과의 관계까지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공부를 해놓고 보면 생각보다 그렇지 않을 때도 많아서 절대적인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만큼 사상과 미술의 관계를 통한 작품 해석은 어렵다.
특히 동아시아는 서양과 달리 작품 제작의 주체가 학문을 한 사대부들도 있기에 아무래도 그 사대부의 사상과 밀접할 때가 많아 사상에서 조형물 제작까지 이르는 중간 다리를 찾아야 할 때가 많다. 고대 유, 불, 도교를 비롯해서 중세 이후 성리학, 양명학, 실학 등 동아시아를 풍미했던 사상에 대한 공부는 언제나 절실하다.
가장 어려운 것은 미술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머리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사상이 마치 ‘1+1=2’가 되듯이 인풋과 아웃풋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성리학적 가치에 따라서 산수를 그리다가도, 때로는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불교의 가르침을 담아 그릴 때도 있다. 아니면 아예 아무 생각없이 술 한 잔하고 흥에 취해 그린 작품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작가와 그 시대의 사상을 공부하여 인풋하고 작품 해석을 아웃풋하듯이 하면 논지가 무척 단순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변 증거들을 점차 확장하며 찾아나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