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베르 로베르(Hubert Robert), <퐁 뒤 가르(The Pont du Gard)>, 1787, Oil on canvas, 242x242, Musee du Louvre, Paris

역사 유적을 방문할 때면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된다. 숙연함, 위압감, 경탄, 안타까움 등 여러가지가 혼재되어 무엇을 느꼈는지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서울에 살면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역사 유적은 당연 궁궐로, 나는 그중에서도 덕수궁에서 가장 다양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까지 시간의 층위가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에 볼 때마다 새롭다. 덕수궁 안에서 궁궐 밖 풍경을 바라보면 현대의 고층 빌딩이 시야에 함께 들어오기 때문에 더욱 묘한 기분이 든다.

이런 묘한 기분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놓여 있어 폐허에 가까워진 유적에서 더욱 증폭된다. 이곳은 옛날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을까, 무엇을 하는 공간이었을까,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을까 등 생각이 생각을 불러온다. 그리고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어 무너지는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모습을 보며 결코 경험해볼 수 없는 유구한 시간성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이 ‘묘한 기분’이란 무엇일까? ‘묘하다’라는 단어의 정의 자체가 뭐라 표현하거나 규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묘하다’를 내 감정의 실체로 사용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일상에서 ‘묘하다’는 표현을 너무 쉽게,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묘하다는 표현보다 정확하게 그 실체가 무엇인지 들여다 보는 편이 무언가를 보고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