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문과 비평의 차이는 무엇일까? 서로 닮은 듯 다른 이 둘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수 있을까? 오늘은 논문, 내일은 비평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쓰는 게 가능한 것일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둘 다 명확하게 근거를 제시해가며 써야 하기 때문에 무 자르 듯 구분한다는 건 어쩌면 무의미할 정도로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지금도 명쾌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개념은 설정한 상태다.
논문은 오류가 나오지 않도록 기계적으로 쓰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래서 조금 딱딱해도 용인이 되는 글이라면, 비평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글 자체가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아름답게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존경하는 신형철 교수님의 글 혹은 인터뷰에서 보고 힌트를 얻은 덕분에 도달할 수 있었던 생각이다. 물론 이걸 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구분은 할 수 있게 되었고, 글쓰기의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논문과 비평을 자유자재로 쓰기 위해서는 우선 대상이 된 작품을 잘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온갖 수식어와 찬사를 끌어다 쓰는 무책임한 묘사가 아니라 정확한 묘사가 중요하다. 정확한 인식 위에 서있어야 비로소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