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에 평창동에 있는 서울옥션에서 이당 김은호(1892-1979)의 작품이 대거 경매로 소개된 적이 있다. 미술 경매도 흐름이라는 게 있어 평소에는 그저 그런 작품들이 잔잔하게 소개되다가 어느 순간에 학계와 박물관들이 주목할 정도로 좋은 작품이 느닷없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어느 개인 수집가가 오랜 세월에 걸쳐 신중을 기하며 수집했던 작품들을 경매에 내놓을 때가 주로 그랬다.
이럴 때면 박물관에서는 유물 수집 관련 학예사들을 출장보내서 일단 작품들의 수준이 어떠한지, 구입할 만한 것은 있는지를 보고 오게 한다. 마침 내가 일하던 박물관에서도 한국 근대회화 특별전을 막 끝낸 터라 근대회화 수집에 관심이 높을 때였다. 당시 경매에서 대대적으로 소개된 김은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대 화가 중 한 명이기도 하거니와 화재로 대부분 소실된 조선 왕의 초상, 즉 어진을 그린 화가라는 상징성때문에 더욱 중요한 인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