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관계에서 누구나 그러하듯 이유없이 나를 험담하거나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멀리하지만, 반대로 특별한 이유없이 내 역량보다 더욱 과장해서 남들에게 나를 칭찬하거나 좋아해주는 사람도 거리를 두는 편이다. 감사한 일이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고 이렇게 금세 나를 좋게 봐준다는 것은 쉽게 실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칭찬을 들은 누군가가 직접 나를 접했을 때 들은 것보다 못하다며 실망할 수도 있기에 험담 못지 않게 과장된 칭찬 역시 실례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봐주는 사람이 편하고 좋다.

미술 역시 이같은 관점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술은 최대한 상식선에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활동과 마찬가지로 미술도 인간활동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고결하게, 위대하게 바라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 작품에서 기억하고 칭송해야 하는 점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어디에 있으며, 그저 습관적으로 그린 부분은 무엇인지 냉정하게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작가 역시 특별한 위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봐야 한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내어 보다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미술을 바라보게 해주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미술은 근대(modern era)-지난 200년간-의 발명품이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이 생산한 뛰어난 건물들과 물품들은 우리의 문화에 의해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미술’은 근대 이후에 들어와 신격화가 덧입혀진 것이다. 근대 이전에는 종교시설의 장식품, 일상 그릇, 장례용 도구 등 특정 목적을 가진 물건이었던 것을 현대에 이르러 마치 숭배하듯 대하고 있는 것이다. 즉 고전미술은 동아시아의 문인화를 제외하고는 작가가 어떤 고차원의 사고 끝에 현형되어 나온 ‘작품’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