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독립하고나서 목표로 삼았던 것 중에 하나가 누구나 재밌게 미술사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잡지를 간행하는 일이었다. 예기치 않게 전시, 강의 영상 촬영 등 중간에 해야할 일들이 생겨서 조금 연기되었지만 꾸준히 준비는 하고 있다. 출판사 등록부터 필자 섭외 등 느리지만 하나씩 해결하는 중이다. 다만 처음 구상할 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고민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한데 그것은 잡지에 담을 글의 성격이었다. 명작을 주제로 삼지만 글의 형식과 성격을 무엇으로 규정짓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본질이 명확해야 지속성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보다는 쉽고 짧게, 그러나 깊이있는 글의 종류란 무엇일까. 이 점을 해결해야 필자들에게 의뢰하기 쉽고 필자도 글을 쓰기가 수월할 것이다. 일상과 버무려 쓴 미술 에세이는 차별성이 부족하여 뭔가 계속 아쉬웠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이 잡지를 통해 지식을 쌓는 행복감을 가지길 원하기에 글의 수준이 높길 원했다.
지난 몇 개월동안 머릿속 한 켠에 이 고민을 남겨둔 채 한 번씩 끄집어내 생각해왔는데 이번 여름에 간행된 안휘준 선생님의 『한국의 미술문화와 전시』를 펼치는 순간 고민이 해결되었다. 그동안 학자들은 논문이 아닌 글들을 전부 ‘잡문'이라고 표현해왔다. 그러나 안휘준 선생님은 이 책에서 논문이 아니라고 하여 그저 ‘잡문'이라 하지말고, 학술연구에 바탕을 두었다면 ‘학술단문'이라고 해야하며 이는 논문만큼 중요하다고 하셨다. ‘학술단문'이라는 용어를 보고 내가 원했던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