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핵심은 고독에 있고, 그림의 핵심은 고요에 있다”는 말이 있다. 비슷한 듯 다른 말인 고독과 고요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아니라 오롯이 내 마음의 한 형식이라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상태여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 또한 같다. 고독이 너무 심해지면 의존적이게 되고, 고요가 너무 심해지면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일 뿐이기 때문이다.
고독하다는 말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이 마음상태를 직시하고 홀로 있는 것을 감내할 수 있을 때 성립 가능한 말이다. 즉 주체성이 수반되어야 단순히 외롭고 쓸쓸함을 넘어 비로소 고독이 가능하다. 고독이 심해지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운 상태가 되어 사람이 못나 보이게 되고, 그 반대가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치이며 지내는 상태가 된다.
고요 역시 조용한 가운데 호숫가의 새소리처럼 적당한 소음이 있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다. 그저 아무런 소리가 없는 상태는 심해와 우주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은 공포만이 생길 뿐이다. 주변 소리가 심해지면 시끄러워질 뿐이고, 소리가 전혀 없으면 오히려 두려워질 뿐이다.